"서있는 곳이 다르면 풍경도 달라진다."


정말 오랜만에 본방사수 중인 드라마 '송곳'

드라마고 예능이고 본방송을 챙겨보는게 2년만인가, 3년만인가.


요즘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엔 송곳이 많이 등장한다.

그것도 나처럼 열혈 시청자들.

게다가 '구고신'의 실제모델로 알려진 하종강 소장님도 계시고.


그런데 의외로 오프라인 주변엔 송곳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리고 그걸 어젯밤 남편씨도 느꼈다고.

어린이집 대청소에서 아빠들이랑 얘기를 했더니 응8은 다들 봤는데 송곳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나는 그 이유를 토요일 방송, 5회를 보면서 깨달았었다.

노조를 꾸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지, 그렇게 꾸린 노조 안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의견대립이 있는지, 그래서 결국 싸우면 대차게 깨지는지, 그래서 누군가는 떠나가고 누군가는 남고 상처투성이인 모습들.

노조를 한다는 것, 노동조합을 만든다는 것은 일하는, 노동하는 사람들의 당연한 권리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지지리 궁상이거나 무식한 것들 이거나 뭐 이런 취급들.

몸싸움, 피켓팅, 유인물, 노조조끼 이런 모든 것이 나는 너무 익숙한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에 얼마나 공감을 할 수 있을까.


금속연맹 가입서에 금속 로고가 박힌 디테일에 혼자 빵 터지고, 농성 천막에 장구에 실실 쪼개고, 구고신 소장 강의를 들으며 하종강 선생님을 떠올리는... 나는 추억할 것도 공감할 것도 너무 많은 이 드라마가.

내 주변 안정적인 수입을 가지고 어느정도의 생활수준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생경한 얘기일 것이다.

특히나 공동육아를 하고 있는 부모들 대다수의 면면이... 정치적 성향은 진보일 수 있으나(물론 보수도 있...) 노조 언저리엔 가보지도 않았을 거고 본인이 마트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안해봤을 것이다.


문든 내가 서있는 곳은 어디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는 푸르미 마트 언니들의 위치에 서있는지, 아니면 도시의 어느 중산층 무리에 서있는지.


내 주변에 고학력자가 넘쳐난다.

대기업 노동자(대기업과 노동자는 왜이리 안어울리는 단어란 말이냐...)도 넘쳐나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실제 내 주변에 이제 학사보다 석사 이상이 더 많다.

아니면 전문직이거나.

나는 겨우 4년제 대학을 참으로 낮은 학점으로 나와서 언제든 더 낮은 임금의 일자리로 갈 가능성이 있는 노조 상근자 경력인 사람이고.


내가 서있는 곳을 내 주변 사람들이 서있는 곳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자리를 잘못잡고 서있는 건 아닌지.


이 불편하고 껄끄럽고 구질한 감정들은 뭐지.

오랜만에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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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우리집은 큰집이었다.
일년에 제사도 수두룩 했고 명절엔 내내 북적북적하고 일이 많았다.
그래서 차례음식 만드는게 나에겐 그리 힘든 일도 낯선 일도 아니었다.
국민학교 시절엔 시골 할머니집 간다는 친구들이 참 부럽기도 했었다.
시골집이라니... 낭만적이기도 하여라...

결혼하고 나선 시댁이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다보니 명절 첫날이 대목이다.
그래서 내일은 남편에겐 새벽부터 밤까지 약 15시간의 노동이 기다리는 날이다.
며느리들은 집에서 애들과 음식을 해야하고.

암튼 평생 명절에 시골은 커녕 다른집에 가본 적이 없다.
기차표를 끊었든 실패했든 지방으로 내려가는 사람들 보다야 '명절전야'의 느낌은 덜 나겠지만 그래도 명절전야는 전야다.
명절연휴동안 하지못할 것을 대비해 세탁기를 쉴틈 없이 돌리고, 냉장고에 상할 음식들을 처리하고, 청소를 해두고 있다.

그냥.
왠지 스산하고 비장한 느낌은... 보름달 때문이겠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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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자꾸 선택할 일이 생긴다.
물론 아직 선택하지 않은 일도 있고, 이미 선택한 일도 있지만 삶의 대부분은 선택을 위한 고민으로 채워진다.

오늘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른으로 사는건 끊임없는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지는 것이라고.

요새 고민되는 것들은 아주 사소한 것 부터 큰 것 까지 다양하다.
몇가지 들여다보면...

나날이 오르는 전세에 용산바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경기도로 가는 것은 일단 객관적인 상황들 때문에 보류. 아... 나의 로망 마당딸린 집 ㅠㅠ)
지안이 초등학교는 공교육으로 갈 것인가 대안학교로 갈 것인가.
나는 뭘로 돈벌이를 할 것인가.
궁긍적인 자아실현은 뭘로 하고싶은가.
올해 휴가는 어디로 갈 것인가.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온전히 다 내가 선택해야 하는 일이며 책임도 내가 진다.
그래서 어렵고 때로는 외롭기도 하고.
그나마 인생을 함께 살아주는 사람과 의논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마는...
그래도 결국 내 인생이지.
오늘도 선택을 위해 열심히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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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달째 하고 있는 잡지 기자 일은 분명 매력이 있는 일이다.
기사 쓰기 힘드네, 어투가 입에(손에?) 붙질 않네, 지면 기획하기 힘드네 어쩌네 해도...
뭔가를 기획하고 쓰고 완성해서 결과물이 나오는 일은 재밌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

그런데 일하며 한계도 자주 느낀다.
그건 어쩌면 이 일에 늦게 들어선 건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남들은 20대에 시작해 10년을 굴렀을 바닥에서 다른 업계에서 날아와 10년의 간극을 따라잡을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글이야 쓸 수록 늘고 점점 톤도 맞춰져가고 있지만... 그래도 영영 이렇게 언저리를 맴돌다 사라져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비슷한 그런 감정.

5년의 공백과, 시간을 내 마음대로 온전히 쓸 수 없는 아이 엄마로서의 내 처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다.
5년전 나의 바닥에서 구르며 쌓았던 경험들이 이제는 뒤떨어진 것이거나, 그 업계로 돌아가지 않으면 하등 쓸모없는 것이란 생각이 자꾸만 든다.
(일면 맞고 일면 틀린 생각이라는걸 알지만... 자신감이 떨어지는 시기인가보다.)

지나간 결정, 지나간 선택에 대해 나는 후회를 잘 하지 않는다.
실제로 깊이 고민해서 결정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후회하지 않으려고 늘 자기 합리화를 잘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객관적 조건에 동동거리며 쫓기는 내 모습을 볼 때면 과거의 나의 선택들이 모두 최선의 것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어쨌건 나는 지난주와 이번주에 걸쳐 내 인생에 중요할지도 모르는 결정 하나를 했다.
잡지사를 관둔다.
그리고 다른 일을 시작한다.
평범한(?) 사무직이고 사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회계와 관련된 업무여서 걱정도 된다.

이 일이 나의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성취감도 주지 않을 수 있단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고민끝에 결정한 것은 애초 나의 목표로 가기 위해선 이 선택이 나을 것 같아서다.
잡지에 뛰어드려고, 기자질 다시 하려고 했던게 아니니까.

5년전 언론노조를 그만둘 때도 사실... '평생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내 발전 없이 하루하루 버티며 조직에서 소모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나 아니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5년이 지나고 다른 일을 하는데도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면 그런 두려움을 떨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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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할 기간이 얼마가 될 지 모르는 일을 내일부터 시작하게 됐다. 

허울 좋은 프리랜서란 개념은 실적이 별로이거나 사업자체가 엎어지면 언제든 백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험천만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이라는 긴 세월의 벽을 깨고 나서려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리스크를 안고 가지만 그 또한 내 운명이려니 하며 가보는 수 밖에. 


아까 낮에... 내일 있을 미팅 준비를 하느라 맥북을 열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가...

내 삶의 대부분이 어린이집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알고는 있었는데 눈에 보이는 것으로 확인하니 기분이 묘했다. 

(각종 폴더 구성 및 즐겨찾기 리스트들...)

딱 열면 조합관련 페이지와 문서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세팅을 바꾸고 있노라니... 슬며시 모드전환 되는 내가 보였고 분명 내 모습인데 참 낯설었다. 

근데 한편으론 두려웠다.
업무로 모드전환 하는 것 만큼 내 사람들과도 모드전환이 될까봐.
얼마만에 느껴보는 감정인가, 내 사람들.
돈과도 바꾸지 않은... 구질하고 질척한 관계들이 이어지는 사람들.

다른 쪽으로도… 너무 오랜만에 역할을 바꾸려니 쉽게 되질 않는다.
지긋지긋했던 엄마노릇 주부노릇을 막상 놓으려니 아쉽다.
너무 긴 시간 엄마로 아내로만 살았더니 마치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이 이 일이 아닌가 하는 착각도 든다.

암튼 새로운 일을 시작할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서 맨몸으로 거리에 내쫓기는 기분이 든다.
아직 어린이집에 등원조차 하지 못한 라은이를 보낼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아 그 또한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나 어쨌든… 내일은 오겠지.
나가보자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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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쩌면 애초에 답이 정해져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렇다면 그건... 

2004년 가을, 나의 진로를 고민하며 토익점수와 학점을 평균으로만 맞추면 당시 우리학교 우리과 학생이면 눈감고도 들어갈 수 있다던 S전자 LCD공장을 포기하고 특이한 선택(돈벌이는 되지 않고 사회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 일)을 했을 때부터 예견된 것일런지도 모른다.


무슨얘기냐 하면... 결국 가치관의 문제인데.


지난 일주일간 나에게 있었던 일을 정리하면 이렇다.

1. 북아현동에 있는 공동육아위탁 구립 어린이집에서 지안, 라은 모두 입소순서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2. 집주인이 처음엔 전세를 올려달란 자세를 살짝 취하더니 집을 내놓기로 결정했단다.


그리고 내가 처한 객관적 상황은 이러하다.

1. 지금 이 집으로 들어오며 이미 대출은 더이상 안된다.

2. 용산 아파트 전세가 2년차이 7~8천이 올랐다.

3. 3월에 라은이가 등원하기 시작하면 (공동육아어린이집이므로...) 조합비를 한달 대략 7~80만원 내야 한다. 현재는 3~40만원.

4. 나는 지금 구직 중이다. 이제 내가 안벌면 생활이 어렵다.

5. 공부한답시고 사이버대학에 등록금도 냈다.


한마디로...

이미 돈이 없고 돈을 더 벌어야 하는 상황인데 저렴하고 교육관도 우리집과 맞는 구립(!)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고 때마침 이사도 할 시기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미쳤는지 가기가 싫었다.

그래서 나는 왜 가기 싫은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름 내가 찾은 답은...

1. 지금 우리 조합에 불만이 없다. -> 옮겨도 불만은 없을거다.

2. 지금 함께 하는 사람들이 정말 좋다. -> 떠날땐 아쉽지만 거기 가도 좋은 사람은 생기겠지.

3. 많은 것을 개선하고 만들어 놓았는데 마무리하고 싶다. -> 나 말고도 능력자 많다.

4. 지안, 라은이에게 좋은 곳이다. -> 나들이는 북아현동이 훨씬 좋을거다. 모래놀이장도 있고 시설도 더 안전하고 깨끗하다.

5. 북아현동 동네가 맘에 들지 않는다. -> 마당딸린 주택에 가면 만족스러울거다.


아 뭐지?

나름 분석해서 찾은 답인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다 아닌거...


그래서 내가 믿는 사람 몇에게 물었다.

내가 이러이러한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근데 왜 이 사람들... 왜 남는게 더 좋은거라고 자신있게 말을 못하지... -_-;;;


어려운 질문이었다.

나 스스로도 어려워서 답을 못냈으니까.

내가 여기 남는 것이, 이 조합에서 사는 것이 80만원의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인지. 그걸 누가 답할 수 있겠나.

그래도 나는 묻고 또 물었다.

그냥 마음가는대로만 선택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고 험해서... 나중에 현실의 어려움이 나를 덮쳤을 때 내 선택을 후회하거나 내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외면하고 팽개치게 될까봐.


공동육아어린이집이 같은 지향을 가지고 만난 것 처럼 보여도 천차만별이다.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만났지만 아이를 위한 것이 먹거리인지, 학대당하지 않는 것인지, 공동체를 지향하는 삶인지, 생태교육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다.

그 속에서 내가 '저는 이 공동체가 우리 아이들과 저에게 정말 소중해서 월80만원을 포기했어요.'라고 한다면 분명 정신나간 짓이라고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밖에 있는 사람은 더 많이 그런 얘길 하겠지만.

(아, 내 성격 때문에 직접 말해주는 사람은 없겠지만.;;;)


아무튼 나는 일주일간 밤잠 설쳐가며, 그런데 중간중간 회의도 하며, 낮이고 밤이고 사람을 계속 만나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나의 이 행동을 두고 같이 사는 박씨는 '적당히 해라'라고 표현했다. 나도 안다. 내가 미쳤나보다.)

그러니까 나의 행동들은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덜 후회하기 위해' 내 선택의 이유와 근거를 구축하기 위한 행동들이었다.


마지막에 내가 얻은 답은 이렇다.

1. 아이를 위한 선택인지.

2. 그렇다면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하고 움직이는 것이 맞다.

3. 어차피 돈 때문에 사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돈 때문에 흔들리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은 남기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매우 중요한 수단이지만 내 삶에서 부의 축적이 목적은 아니므로... 그랬다면 공동육아 따위 기웃거리지 않았겠지.

그리고 정기적으로 지안이와 라은이를 어떤 학교에 보낼지를 고민하기로 했다.

더불어... 생활고에 쪼들리지 않게 3월 적응기간이 끝나면 바로 취직을 하도록 애써야겠다.


긴 고민의 시간은 정말 괴로웠지만... (이사장 노릇 하는 것 보다 열배는 힘들었다... 정말로...)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하니 아주 홀가분하다.

이제 다시 의욕넘치는 나로 돌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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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집이 이사한다.

2004년인가? 이사간 지금 집.

이사간 이후 그 동네에서 살았다는게 무색할 정도로 잠만 잤던 공간이어서 아무런 정이 없었는데 막상 이사한다고 하니 조금은 아쉽다.


2004년에 갈 때에도 하던 일이 잘 안되서 있는 돈에 맞춰 멀리 간건데...

이번에도 일이 잘 안되면서 작은 집으로 가는 거라서 마음이 좋지 않다.


어쨌거나 짐정리를 좀 돕고... (사실상 나 말고 남편씨가 거의 다;;;) 마지막 남아있던 내 짐인... 카세트 테잎을 정리했다.

친정집이 이사가지 않고 천년만년 살았다면 계속 거기 두었겠지만 이사가며 버림당하게 될 내 추억들이기에... 사진을 찍어두고 꼭 가져와야할 녀석들만 챙겼다.


정말 아끼는 앨범들만 꽂은 1면.

그리고 중간중간 내 손조차 오그라드는 앨범들도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열심히 들었던 나머지 면들.

고이 가져온 녀석들에 대한 설명은 이번주 내내 조금씩 해야지.

반갑다, 내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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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01 16:04

    비밀댓글입니다

난 매우 정치적인 성향이 뚜렷하고 사람을 정치적인 성향으로 판단하는 등 편협된 시각을 가지고 있으나... 내 아이들에게 그것을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규정하고 싶진 않다.

예를 들어 경찰이 하는 일은 도둑을 잡고 나쁜 사람을 혼내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아이에게 '경찰은 사실 정당한 집회를 보장하지 않고 불법채증을 일삼는 등정권의 하수인일 뿐이다'라고 설명할 순 없지 않은가.
(물론 훌륭한 경찰들도 있다. 그렇다고 그 집단이 훌륭하지는 않다.)

그래서 세월호 사고에 대해 지안이에게 따로 얘기를 해주지 않았고 우리집은 아이들과 TV를 보지 않기에 더더욱 얘기를 꺼낼 기회도 이유도 없었다.
언젠가 한 번 촛불집회 장소 앞을 지나가면서 집회자리에 잠깐 앉아있긴 했지만 촛불이랑 놀다 온 것이 다였다.
4~5월에 한참 수시로 눈물을 후두둑 흘릴때 왜냐고 물으면 "엄마가 좀 슬퍼서"라고만 말해주었다.

그런데 오늘... 노란리본모양 브로치(무슨 의미인지 알고 단 것은 아니고 그냥 아침에 내 화장대에 있는 걸 보고 달아달라고 하기에 달아줬다)를 달고 간 지안이가 저녁에 하원하며 담임선생님에게 "나 이거 달았어~"하고 자랑을 했다.
담임선생님은 지안이에게 "지안이 그거 무슨 뭔지 알아?"라고 물었고 지안이는 "뭔데?"라고 되물었다.


"얼마전에 큰 배가 사고가 나서 바다에서 가라앉았어. 근데 경찰도 가고, 소방관도 가고, 군인도 갔는데 못구해서 배에 타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왜 죽었어?"
"배가 뒤집어졌는데 너무 빨리 가라앉았어"
"그래서 사람들이 바다에 다~ 빠졌어?"
"응. 그래서 그 사람들을 잊지말고 기억하자는 뜻에서 다는 리본이야."
"그런데 왜 사고가 났어?"
"음... 배가 너무 낡아서..."


그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는데 머리속이 엉키고 마음이 일렁였다.
네살배기 아들에게 "사고가 났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들을 구하지 않은 자들이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죽은 사람들이 꽃다운 고등학생이었다고, 그들은 어른들이 만든 통제와 획일적인 사회에서 살다가 그냥 그렇게 물속에서 죽어갔다고 얘기할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그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기 위해 길거리에서 열심히 싸워야 한다고, 그래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주 조금 살만해 질 수도 있다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뒤숭숭한 마음을 주섬주섬 수습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한참을 놀다가 갑자기 묻는다.
"엄마. 바다에 배가 뒤집어져서 사람들이 빠졌는데 경찰도 가고 소방관도 가고 군인도 갔는데 못구했어?"
"어...어? 어... 그랬대..."
한 번 들은걸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내 마음은 쿵...

문장구사력이 뛰어나고 기억력이 엄청 좋은 이 네살짜리 아들에게...
나는 이 세상의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앞으로 살며 더 많은 사건이 일어날 때, 아이들에게 얼만큼을 알려줘야 하는 걸까.
늘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하는 내 아이에게 이 세상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해야 하는 걸까, 스스로 알기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





시간도 늦었고해서 그냥 잘까 하다가...

오늘은 뭐라도 쓰지 않고서는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뭘 쓰기로.


무슨 일을 하든지 늘 지나치게 계획적인 나는 일상도 늘 계획을 세운다.

일주일 단위로 잘라서 매주 일요일 저녁즈음 요일별로 집안일과 다른일들을 분류하고

매일 저녁에는 그 다음날 일을 오전, 오후, 저녁, 밤으로 배치한다.


오늘 몸도 마음도 무척 힘이 들었다.
힘들다고 느낀건 5시무렵.
내가 오늘 계획했던 일을 대부분 하지 못했다는 것과, 이미 시간이 늦어서 할 수 없다는 걸 알아채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루종일 일을 했다.)
주말을 자기 좋을대로 즐기고 허비한 사람에 대한 짜증과 분노였을 수도 있겠다.
오늘 내 계획대로 하지 못한 것엔 내 잘못이 전혀 없었으니까.

모르겠다.
그냥 내일 걱정 안하며 지금 당장이 즐거운게 정말 행복한 사람인건지.
늘 내일에 대비하며 살아서 기복없이 사는게 정말 행복한 사람인지.

아, 어찌됐건...
내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
내가 화가 난 것은 너의 즐거움 때문에 늘 내가 피해를 보기 때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나서 보름가까이 너무 힘들었다. 
워낙에 유리멘탈이기도 하지만 특히 남의 슬픔에 쉽게 감정이입하는 사람이라(진짜 유치한 드라마나 애니도 주인공이 울면 같이 운다;;;) 하루하루 살아내는게 버거웠다. 

그래서 5월에 들어서면서는 뉴스를 끊었다. 
사랑하던(!) 손석희씨도 끊었다. 
페이스북에 걸린 링크기사들도 왠만하면 누르지 않았다.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부던히 노력했다. 
내가 살 수가 없어서. 

근 한 달이 걸렸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는데. 
그동안 넋나간 사람처럼 어떤 일에도 집중이 안되고 중간중간 감정이 널을 뛰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사람에겐 그게 가장 위험하다. 
내 감정을 아이들이 받아야 하니까. 

어쨌건 나는 돌아왔다. 
나는 뻘소리도 할 것이고, 맛있는 거 먹은거 자랑도 할 것이고, 가끔 다른 사람 흉도 볼 것이고, 자주 애들 사진을 방출할 것이다. 
늘 그랬듯 끊임없이 떠들 것이다. 

근데 그렇다고 내가 모든걸 잊은 것은 아니다.
더이상 분노하지 않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이 어떤 시국인데' 운운하며 나의 일상을 말하는데 죄책감 느끼게 하지 마라.
(온라인 공간이 늘 주장만 하고 늘 엄숙하기만 하다면 얼마나 지칠지 생각해보라.)

나는 수다도 떨고 때로는 주장도 하고 지금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할 것이다.
내가 당신과 같이 주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과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쟤 이제 별로야’라고 생각한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그냥 날 앞으로 안만나면 된다.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냐고?
잊으려고 노력하는 한 달 동안 나름의 자기검열 때문에 짜증이 났으니까.
내가 이런 얘길 떠들면 저사람이 날 변했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이런거 했다고 하면 저들은 날 철없다 생각하겠지?
등등.

다른 사람 시선이나 평가따위 신경쓰지 않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이상하리만큼 남의 이목이 걱정됐다.
다 내 멘탈이 불안정한 탓이었겠지만.
남이 날 어떻게 보면 어떤가.
난 그냥 난데.
언제부터 내가 남들 시선 의식하며 살았다고.

여튼 난 내 방식대로 내 삶을 살아야지.
한 달.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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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처럼 옮는 활동가들의 우울증.

꼭 활동가들이라 우울증이 감기처럼 옮는 것은 아니다.

누구든 감기처럼 옮기 마련인데 활동가들은 대개 삶이 비슷하고 같은 고민을 하며 장시간 한 공간에서 사니까 그런 일이 더 강한 것 같기도 하고.


몇년 전 노조에 있을 때...

공개적으로 우울증 치료를 받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남들이 보기엔 100% 우울증인데 본인만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감정이 널을 뛰고 늘 인생이 어둡고 칙칙해 보이고 실제로 가정생활도 원만치 않고 대인관계도 별로인.

그래서 같이 일하면 내가 다 짜증이 치밀고 복장이 터지는.


근데 그게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조금씩 분명 우울증을 앓고 있다.

나 또한 옮았는지 자생했는지 모르겠으나 나의 분노를 내가 다스리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고, 어느 순간 혼자 있을 때면 정말 그 무엇도 하고 싶지않은 무기력의 끝을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내가 퍼뜩 정신이 들었던 계기는...

건강검진에 정신건강 관련 항목 질문에 답을 할 때 였다.

정확한 문구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 삶은 여기서 더 나아질 것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등의 항목에 '예'라고 체크했을 때다.

분명 그 항목은 작년엔 "아니 뭘 이렇게까지 비관적으로 묻고 그래?" 하며 비웃었던 항목이다.

그 외에도 내가 '예'라고 대답했던 것에는 '강이나 호수를 보면 들어가보고 싶다' 따위의 질문도 있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당시에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나도 깨닫지 못했으니까.

매일 얼굴보는 사람도 물론 몰랐고.


여튼 몇년을 집에서 보내면서 내가 과연 하고 싶은 일은 뭘까 많이 고민했다.

애초에 일을 그만둔 이유도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했던거니까.

(미술사 공부도 정말 하고 싶지만 그건 더 나이들어서 해도 되고...)

내가 찾은 것 중에 하나는 활동가들을 상대로 수시로 상담을 하는 일이다.


내가 이렇게 살다가 결국 모든걸 등지겠다는 것을 깨닫고 상담을 마음먹기까지 쉽지 않았다.

신경정신과에 대한 편견도 분명 있었고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그런데 이게 활동가들에겐 정말 필요한건데.

매일 일상이 '싸움'인 것이 얼마나 사람을 피폐하게 하고 힘들게 하는지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데.

그래서 가까운 곳에서 수시로 상담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하지만 비용이 문제.

정말 해보려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조금 알아봤는데...

공부하는데 경제적 비용도 엄청 들고 시간도 엄청 들고.

우리집은 내가 벌어야 하는 구조이지 더 쓸 수 있는 구조는 아니고.

애가 둘이 되었으니 시간도 한정적이고.


내가 아니더라도 그런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꼭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사무실에서 전화라도 받아줄텐데.

뭐... 가장 최고는 이런 사업을 벌일 후원자를 만나는 것인데...

(나도 공부 좀 시켜주고 ㅋㅋ)


이런 시스템이 조직적으로 갖춰지면 얼마나 좋을까.

당이나, 민주노총이나...

(그럴리가 있겠냐마는...)


하여간 노동당 부대표의 부고를 접하고 작년부터 내가 꿈꾸던 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어디 학비 지원해 줄 키다리 아저씨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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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a 2014.03.10 10:25 신고

    공감해요...사람 피폐해지는건 오롯이 그 개인의 나약함 때문만은 아니예요..심리상태나 상담에 대한 경험마저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활동가의 죽음이 남일같지만은 않네요..그걸 개인의 문제로만 몰아가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고, 평소 외치던 신념과 이상이 있기에 본인의 상태에 대해 더 큰 자괴감에 빠지는거같아요..활동가라는 이들 이 사람 저사람에게서 종종 봐왔고 저한테서도 그런걸 느낄때 비용문제나 조직적문제를 알고 접근해줄수 있는 상담가가 참 필요한거같슴다...
    페북에서 댓글달긴 좀 그렇고..언니 글에 처음으로 댓글달아보네요^^

    • BlogIcon 달님  2014.03.10 12:04 신고

      깜짝놀랐네 풍선양 ㅋㅋ
      반가워 자주보자 ㅋㅋ

      상담받을때 상대가 조직의 특성(?)이나 이쪽 업계를 자세히 알지 못하니까 답답한 면이 있더라구.
      스트레스는 조직적으로 받는데 이로인한 개인의 아픔은 오롯이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구조가 아쉬워서... 모든 활동가들이 삶이 참 팍팍한데 말이지.

기분이 별로다.

내가 부당해고를 해야 하는 입장이, 구조조정으로 누군가를 그만두게 만드는 입장이 될 줄은 몰랐다.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은 아니지만 '회사가 살아야 직원도 산다'와 비슷하게 '조합이 살아야 모두 산다'고 주장해야 하다 뭔가 계속 내 옷이 아닌 것 같은 기분.


게다가 오늘은...

혹시 우리 내부에 누군가 정보를 흘리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까지 하면서 나의 과거를 미워하게 됐다.

편 가르고, 그는 어느 그룹인가 계산하고.

마치 정파가 뭔지 뒤를 캐는 것 처럼.

사람사는 세상은 다 이런건가 아님 내가 유독 그런 바닥에서 살아왔던 걸까.


예전엔, 항상 내(혹은 우리) 주장을 할 때 상대방은 적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맞는' 것을 주장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제 내 앞에는 그저 의견이 다른 우리편만 있을 뿐이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면서도 늘 듣는이의 감정을 보살펴야 한다.

이게... 이게 나에게 맞는 일인가 대체.


날 아는 사람은 알텐데... 난 저런 사람이 아니다.

사적인 인간관계에선 감정을 살피지만 일에 있어선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때론 사적인 관계에서도 맞다고 생각하면 그냥 말한다.)

여지를 두지 않는 편이며 상대의 감정은 내 알 바 아니다.

난 맞는 얘기를 하는 것이니까.


아.

어렵다.

차라리 싸우는 편이 낫겠다.

싸우는게 지긋지긋해서 도망쳐온 나인데.

싸우지 않는 건 더 어렵다.

고작 14가구 모여있는 조합이 이렇게 어려워서야...


며칠 전 술 취한 친구놈의 "아는 사람이 왜이래?"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

내가 요새 뭐 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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