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 속으로 가는 요가원>과 최아룡 선생님을 만난건 2006년 혹은 2007년 무렵이었을 거다.

(정확한 연도가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당시 나는 광화문-시청에 있는 언론노조(프레스센터)에 근무하고 있었고 내 몸을 위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무실과 5분 거리의 요가원에 등록해서 두어달 다녔는데...(요가는 대학때 이미 서너달 다녀본 적이 있다)

왜 그리 살빼는 것에 집착을 하는지... 게다가 핫요가가 한참 유행시작하던 시절이라 뭔가 빠르고 강한 동작들을 반복하게 했는데 나는 그게 싫었다.

 

내가 요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빠른운동과 근육운동에 별 흥미가 없어서였다. (물론 내가 운동신경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고등학교 때 잠시 배웠던 라켓볼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외 뭔가 재빨리, 강하게 움직이는 운동은 나의 성향과 맞지 않았다.

여튼 그래서 요가로 꾸준히 내 몸을 건강히 하고 싶었는데 그 요가원에 다니면 꼭 다이어트를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

살 빠지고 날씬해지면 좋긴 하지만 내가 하고싶었던건 '몸 살리기'이지 '몸 가늘게하기'가 아니었단 말이다.

 

그래서 그 요가원을 그만두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시청 요가, 광화문 요가 등...

5~6개 정도의 요가원이 검색됐던 것 같은데 그 중 희한한 이름의 요가원 발견.

<세상 속으로 가는 요가원>

응?

요가타운, 핫요가, 요가라이프 뭐 이런 이름이 아니라?

 

그래서 요가원 이름으로 다시 검색.

그랬더니 원장쌤의 조금 특이한 경력(?)과 관련된 한겨레와 한국일보 기사가 검색됐고 왠지 꼭 그 선생님을 만나고 싶었다.

전화하고 찾아가 등록할 때 약간의 상담을 진행했는데 평소 몸상태, 직업 등을 물었고 요가를 통해 어떤걸 원하는지를 물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다이어트 강조하는 요가가 싫다고 강력히 ㅋㅋㅋ 말했던 것 같다.)

그것도 특이한 경험이었다.

보통 그냥 수강기간에 따라 결제하면 끝인데 이런저런 내 얘기를 물어주다니!

 

그렇게 첫만남부터 마음에 들었던 세상속요가원은 다닐수록 더 편하고 좋았다.

당연히 무리한 자세나 강한 동작을 강요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됐다.

그런데, 무엇보다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던 것은... '잠'이다.

나는 잠을 빨리 못자고 푹 자지 못하는데 이상하게 세상속 요가원에서 송장자세만 하면 까무룩 잠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잠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양 옆에선 다른 동작들을 하고 있었고;;; 나는 잠시 동안이지만 정말 푹 자고 일어났다.

게다가 아룡쌤은 날 깨우는 일은 거의 없었고 대신 내가 잠이 들면 담요를 덮어주셨다.

(왜 그랬는지는 내일 물어봐야지 ㅋㅋ)

잠에서 깨어날 때 마다 나의 마음속엔 두가지 감정이 동시에 일어났는데 '앗, 운동하러와서 돈아깝게...'하는 마음과 '아... 푹 자서 개운하다. 더 자고 싶다.'라는 마음.

 

그렇게 1년 가량 반 이상은 자면서 요가원을 다니다가 2008년이 되면서(정권이 바뀌었다!!!) 정말 미친듯이 바빠져서 요가원은 일단 정리.

그 뒤 파업에 또 파업을 거듭하는 무자비한 일정으로 요가는 꿈도 못꾸다가 2010년에 그만두고나서 다시 등록.

그때는 뱃속에 토실이(지금의 지안이)를 품고 임산부요가를 했다.

그리고 출산 후 요가원을 또 그만두었는데 그 사이 최아룡 선생님은 요가원 자체를 정리하셨다.

 

근데 알고보니... 동네(?) 주민!

여튼 우리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고... 페북에서도 이어졌고...

오늘 드디어 '우리동네 나무그늘'에서 만났다!

쌤이 책을 내셨는데 그와 관련된 강의를 나무그늘에서 하신 것.

오늘 첫 강연이었는데 29일에 이사가는 나를 위해 ㅠ_ㅠ 3월에 첫 일정을 잡으셨다고.

 

 

 

사실 아직 책은 못봤다.

이사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책을 보고 뭐고 할 여유가 없어서;;;

오늘 저자 싸인 받은 책도 받았으니 이사하면 차분히 읽어봐야지.

 

이 책이 읽기 전부터 마음에 드는 이유는...

표지에 쓰인 연보라색도 좋고 제목에 들어있는 '늦은 일곱시'가 한참 요가원에서 자던(! ㅋㅋ) 시간이어서.

나에겐 굉장히 편한 시간으로 기억되서 좋다.

그리고 일을 그만둔 이후 나는 쭉 '나를 만나기'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살빼기 요가가 전국을 휩쓸고 있어서... 마음을 다스리는 요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아룡쌤이 요가원을 다시 운영하시면 좋을텐데... 하고 아쉬운 마음이다.

책은... 읽고... 또 애기해야지. ㅋㅋ

 

 

  1. 2013.03.29 01:36

    비밀댓글입니다

나는 이게 전체적인 고학력 현상에 따른 사회적 폐해라고 보는데... (괜히 거창해 보이네 -_-;;)

특히 운동권에 집중되어 나타나는 문제이기도 하다.

언론노조에서도 청년회에서도 느꼈던 것을 청동에서 느끼게 될 줄이야...

 

80년대만 해도 대학생이 그리 많지 않았었던 것 같다.

전태일 열사가 대학생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할만큼.

하지만 '대학'간판 못달면 사람구실 못하는 것 처럼 사회가 굴러가자 대학 자체도 정말 많아졌고 대학이 선택이 아닌 의무교육처럼 생각되어 대학나온 사람이 정말 많다.

 

언론노조에 있을때... 이건 직종 특성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4년제 대학졸업자였다.

(정말... 서울대가 널리고 널렸다. 그 다음은 고대. 한양대 정도면 B급 대학인거다. -_-)

그러다보니 나이를 물을때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학번을 물었는데 간혹 인쇄쪽 조합원들은 대졸자가 아닌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묻는 사람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지만 질문을 받는 사람이 괜히 미안해하기도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다.

(다른 조직에선 학번을 묻는 것 같진 않던데...)

 

청년회도 마찬가지다.

정말 대부분 학생운동을 거쳐 졸업 후 청년회에 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청년회의 경우 나이를 묻기로 정리했으므로 학번을 묻는 경우는 잘 없지만) 어느학교 나왔냐고 묻게 되는데 학생운동 출신이 아니거나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은 자존심 상하는 일인거다.

마찬가지로 그런 사람들 앞에서 서총련이 어쩌고 떠드는 것도 듣는 사람들은 꽤 불편한 일.

 

그리고 얼마전...

나는 딱 한번 만나 얘기를 나눈 선배님이 청년동문회 탈퇴를 선언하셨다.

(아... 그 선배님 잠시였지만 정말 좋았는데...)

한양대는 중앙동아리에 한양여대 학생들도 함께 활동할 수 있어서 동연출신에는 한양여대 졸업생도 있는데 아마도 청동 회원자격에 대해 누군가가(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사실 전혀 알지 못하지만) 얘기한 모양이다.

 

내가 겪은 세가지 일들이 전혀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나는 크게 보면 다 같다고 본다.

청년회에 들어와 운동권 경력(이 표현 웃기다 ㅋㅋ) 15년이 되어가는 나의 동거인은 아직도 이런 일에 기분나빠하고 상처받는 걸 보고 있는 내가 판단하기에 이런 일은 가해자는 모르고 피해자만 크게 상처받는 일이다.

(심지어 나도모르게 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물론 상처주는 개인이 예의가 없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특성이 있을 수 있다. (싸가지가 없다고 표현하면 쉬운데 ㅋ)

하지만 대개의 경우는 상처주는 사람은 아무 생각이 없고(이게 죄라면 죄...) 상처받는 사람은 여기저기서 다치기 때문에 이미 마음이 깊이 패여있게 된다.

 

여튼 운동권들.

모두를 위해 살자고 외치지만 정작 가까운데서 나도 모르게 만들고 있는 차별은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학력에 의한 차별의 경우... 사회적 지위인 것 같기도 해서 고질적인 자격지심을 심어준다.

인간이 못난게 아니라 그저 공부성적이 안좋았을 뿐인건데 내가 못난것 같은 그런 기분.

그래서 대졸자들이 나 모르는 얘기를 하거나 은연중에 무시당해도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혼자 위축되고 그런거.

 

내가 이런 말할 자격이 있기나 한가...

나부터 집에서 잘해야지;;;

'이 사람과'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오늘이 그렇다.

우리는 전혀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이다.
공통점은 B형이라는 것과 그래서 둘다 화르륵 탄다는 점 밖엔 없다.
(허나 남편씨는 뒷끝 작렬 ㅋㅋㅋ)

여행을 갈때도 나는 1부터 100까지 시간단위로 계획을 짜고 경우의 수에 따라 대비책도 마련해야 마음이 편한데 남편씨는 정반대다.
어짜피 가보면 상황은 어찌될지 모르니 그냥 일단 가고 그때그때 판단하는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순발력이 있다고... 하지만 난 아직도 이게 싫다. -_-)

그리고 난 예상되는 상황이 마음이 편하고 익숙한게 좋은데 남편씨는 늘 예측불가능하고 처음 겪는 일을 좋아한다.

난 운동신경이 없고 논리적인 것에 강한데 그는 스포츠맨이고 감정적인 것에 강하다.
난 군것질과 밀가루, 느끼한 음식을 좋아하는데 그는 맵고 담백한 한식위주의 식성이다.

아니 여튼... 뭐가 다른지 말하자면 입이 아플정도고...(손이 아프다)
어쨌든 오늘은 '다르다'는 그 점이 바로 장점으로 발휘된 날.

이사갈 집을 한달째 고르고 있는데 둘다 좀 까탈스러워서(앗. 공통점? ㅋㅋ) 당최 맘에 드는 물건이 없는게다.
성향상 나는 이런 상황자체가 너무 스트레스인데 남편씨는 어떻게든 되겠지 주의. ㅠㅠ
근데 그런 사고방식이 오늘 결국 나에게 다른 해결책(?)을 주었고 나도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ㅋㅋ

달라진건 하나도 없지만 마음을 달리 먹으니 이렇게 여유로울수가!!
(물론... 평소에 그가 늘 이래서 난 속이 터진다;;;)
성향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둘이 마주앉아 피말리고 있었겠지. ㅋㅋ

둘이 다르다는 것.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양날의 검이 맞으려나...) 점이지만 오늘만은 무척 좋구나!
이제 간만에 집걱정 없이 편히 자보자!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오늘 오후에 지안이 책 읽어주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일어나 책을 읽으란 지안이의 찡찡거림을 자장가 삼아;;;

30분정도 잤을까?
지안이는 엄마가 잠든 것과 조는 것을 이제 구분하는지 포기하고 혼자 놀더라.

근데 좀 전에 문득 달력을 보니... 지안이가 어린이집 갈 날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다!!!!
정신이 퍼뜩 든다.

미안미안...
엄마가 다시 정신차리고 잘 놀아줄께...
어린이집가면 이제 엄마랑 하루종일 놀지도 못할테고 동생 태어나면 더 못할텐데...
나의 소중한 첫아가 지안아, 보름남은 시간 엄마가 최선을 다해볼께!!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안의 인지하지 못하는 차별  (0) 2013.03.03
이 사람과 살길 잘했구나 ㅋㅋ  (0) 2013.02.24
보름남은 지안이와의 하루일과  (0) 2013.02.14
우울했던 오늘의 근무일지  (0) 2013.02.05
나는 누구지...  (0) 2013.02.04
가위  (0) 2013.01.24
육아와 가사란... 아무리 생각해도 3D에 감정노동이다.
내가 아무리 힘들고 아파도, 아무리 울적해도 기저귀 갈아주고 때맞춰 끼니 대령하고 씻기고 재우고 웃으며 놀아줘야하다니.

몸쓰는거, 남 비위맞추는거 진짜 못하는 내가 적성에 맞지 않는 엄마라는 직업을 꽤 잘해내고 있는걸 보면 이걸 장하다고 해얄지 미련하다고 해얄지...

여튼 오늘도 나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야간근무 중이다. (엄마에게 퇴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잠시의 휴가만이 있을 뿐...)

오늘 기분이 별로인 일이 있어서 조금 울었더니 지안이가 다가와 같이 울먹울먹 하더라.
그래서 "엄마 슬퍼 잉잉잉~" 했더니 코앞까지 와서는 눈물을 보고서 "얼굴...물..."하며 작은 손으로 슥슥 닦아줬다.

물론 그게... 어디든 물이 묻으면 지안이가 하는 행동이라는걸 잘 알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듯 기뻤다.
잘키운 아들하나 열남편 안부럽구나. ㅎㅎ
(세상의 대부분의 남편들이 그러하듯 공감능력 떨어지는 사람과 살고있다. -_-)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사람과 살길 잘했구나 ㅋㅋ  (0) 2013.02.24
보름남은 지안이와의 하루일과  (0) 2013.02.14
우울했던 오늘의 근무일지  (0) 2013.02.05
나는 누구지...  (0) 2013.02.04
가위  (0) 2013.01.24
뭐냐 대체 이 감정은...  (0) 2013.01.15
새벽에 자다 깬 지안이를 달래서 재우다가 든 생각들...

분명 한 인간을 길러내는 일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다.
허나 그러기 위해선 분명 부모(주로 우리나라에선 엄마)는 일정 부분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 또한 가치있는 일인데... 쩝.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와 사람을 만드는 엄마로서의 나 중에 어느 한쪽이 더 의미있다 할순 없는 것.
아마 지금도 같은 고민을 하는 수많은 엄마들이 있겠지...

현재는 엄마에 충실하되 나를 잃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누구더라...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름남은 지안이와의 하루일과  (0) 2013.02.14
우울했던 오늘의 근무일지  (0) 2013.02.05
나는 누구지...  (0) 2013.02.04
가위  (0) 2013.01.24
뭐냐 대체 이 감정은...  (0) 2013.01.15
엄마, 엄마!  (0) 2012.11.28

어젯밤  난생 처음(내 기억이 맞다면) 가위에 눌렸다.

 

원래 임산부들은 불면에 시달린다.

배가 나와서 잠자는 자세가 두가지 밖에 없다보니(왼쪽눕기 오른쪽눕기;;;) 불편해서 자주 깨기도 하고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깊게 잠들지 못하기도 하고 그렇단다.

게다가 나는 원래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는데다가 요새 이사문제로 근심이 깊어서 더 못자던 중이었는데 이런 불상사가 벌어졌다.

지안이 임신때는 좀비같이 생긴 여자가 쫒아오는 꿈을 꾸긴 했어도 가위눌리진 않았는데...

 

여튼 만화에나 나올법한 둥근 그림자 사람(정말 검은색 반투명 젤리같은 형태)이 내 뒤에 눕더니(잠결에 남편씨가 화장실 갔다가 돌아와 눕는걸로 착각함...) 아주 기분나쁘게(지하철 변태처럼) 껴안았고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근데 당시엔 의외로 침착하게 '이 자식. 니가 감히 뭔데.'라고 생각하며 절에서 주워들은걸 몇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더니 금세 떨어져나갔다.

그리곤 잠에서 깨어 멍하니 있다가 무서운 맘에 얼른 잠을 청했는데... 아침에 깨서 생각해보니 정말 무서운게 아닌가!!!

 

나는 절에 다니진 않지만 엄마가 준 책이며 뭐며 많은데 오늘밤엔 머리맡에 늘어놓고 자야지...-_-;;

불경도 한번 읽어야지...

나쁜자식...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울했던 오늘의 근무일지  (0) 2013.02.05
나는 누구지...  (0) 2013.02.04
가위  (0) 2013.01.24
뭐냐 대체 이 감정은...  (0) 2013.01.15
엄마, 엄마!  (0) 2012.11.28
언론노조 활동에 대한 뒤늦은 고백  (4) 2012.11.24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화가 난 이유가 없는 건 아니고...

어쩔수 없는 상황이 그렇게 만든건데 오늘이 그렇다.

 

일어난 일은 이렇다.

오늘 원래 저녁에 세희씨랑 미나를 만나기로 했었다.

언론노조에서 이래저래 정이 들었던 언니동생들.

지금은 미나만 남았지만 간만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5시 50분 걸려온 남편씨 전화.

갑자기 본사에서 보자고 해서 늦을거 같다며 정말 미안하다는 얘기.

여기까지가 벌어진 일.

 

그런데... 오늘은 다른날과 다른 감정이 밀려왔다.

다른때 같으면 "아 뭐야!!!"라며 화를 내거나 "웃겨 진짜"라며 뭔가 다른 조건을 제안했겠으나...

오늘은 갑자기 진심으로 속상했다.

그 이유가 뭘까...

 

1.

예상치 못한 상황이 싫다.

7시반 약속이어서 7시에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6시가 다되서 통보받은 것이니 '계획적인' 나는 돌발 상황 자체가 싫다.

2.

저녁약속이 있을 때 마다 스스로 왠지 모를 미안함에(약속 있는게 무슨 죄라고...) 시달려서 오늘은 특별히 동태찌개를 끓이고 있었는데 한참 음식을 만들고 있던 상황이라 더 울컥했을지도 모르겠다.

3.

나 자체는 독립적인 인간인데, 독립적이지 못한 존재를 기르는 처지가 됐다고 해서 내 의지와는 다르게 나 역시 독립적이지 못한 존재가 된 것에 대한 억울함인가?

4.

다 키운 21개월 아가 한명인데도 이런데 하나 더 낳으면 나는 과연 내 삶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막막함도 있었을 것이다.

5.

외출이 없는 날이라면 하루 24시간 중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건 4~5시간 가량.

그 시간 내내 대화를 나누진 않으니 실제로는 1~2시간.

그래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는 점점 작아지고 있기에 누군가 외부인을 만나는 일은 설레고 중요한 일인데 그게 무산된 데에 따른 좌절감 일지도.

6.

한달에 두세번이라도 '엄마'가 아닌 그냥 '나'로 살고 싶은 것 뿐인데 그것 조차 내 의지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니...

대체 나는 뭐란 말인가. 싶기도 했다.

 

뭐... 저게 다 이유일 수도 있고...

눈물까지 뚝뚝 흘린걸 보면 그냥 호르몬 때문일 수도 있다.

(미드 '위기의 주부들'에 보면 수잔이 임신했을때 별별 일에 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데 그때 마다 주변사람들이 당황해하자 매번 그녀는 '호르몬 때문'이라며 안심시킨다. -_-;; 실제로 임신기간엔 감정기복이 크고 조절이 안될 때가 좀 있다.)

 

여튼 나는 저녁내내 굉장히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다.

내 일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뀔 수 있다니...

 

그나저나...

페이스북에 글을 쓰면 외로움이 덜어진다는데 글 써도 하나도 안덜어지잖아!!!!

페이스북이 아니라 블로그라 그런거냐? -_-

아 무슨 소릴 지껄인지도 모르겠다.

기분이 좀 나아질까 해서 썼는데 이게 뭐꼬.

이 야밤에 지안이 깨워서 "엄마 이뽀" 해달랠 수도 없고...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누구지...  (0) 2013.02.04
가위  (0) 2013.01.24
뭐냐 대체 이 감정은...  (0) 2013.01.15
엄마, 엄마!  (0) 2012.11.28
언론노조 활동에 대한 뒤늦은 고백  (4) 2012.11.24
우울증  (0) 2012.10.31

엄마의 소중함은 애를 키우다보면 느낀다.

아이에게 있어 엄마가 얼마나 절대적인 존재고 소중한 존재인지.

반대로 나에게 엄마가 소중한 것도 느낀다.

엄마가 없는 딸들은 애 키우기가 얼마나 힘들 것인가.

 

일요일 허리부상 이후... 지안이를 돌보다 보면 허리를 안 쓸 수가 없는 상황이 생긴다.

최대한 누워서 놀아주고 가만히 있으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들.

(먹고 싸는 문제...)

 

그러다보니 월요일 아침에도 삐끗, 화요일 아침에도 또 삐끗.

어제(화요일) 아침엔 정말 허리에 누가 전기충격기라도 댄 것 마냥 찌릿 하더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말 눈을 떴는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고통.

한참을 "아-" 소리지르며 서있다가 겨우 지안이를 수습하고(하의 탈의 상태 ㅋㅋ) 거실에 쓰러지듯 누웠는데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만큼 아팠다.

 

당시에는 정말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어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근데 엄마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눈물이 펑펑.

마치 지안이가 어디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엄마~"하면서 우는 것 마냥 눈물이 났다.

내 전화에 엄마는 한달음에 지하철로 1시간반 거리를 달려왔다...고 했으면 더 감동적이었겠지만 우리 엄마는 자신의 생활도 소중한 사람이었으므로 오늘 아침 비와 우박을 헤치며 차를 몰고 달려왔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좀 나은 상태여서...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들고 온 엄마에게 "내가 필요한건 어제였는데 흥!"이라며 투덜댔다.

근데... 하루종일 있던 엄마가 저녁에 가고나니 엄마가 급 보고싶어지면서 눈물이 뚝뚝.

엄마가 오늘 안왔으면 집에 반찬도 없어서 난 뭘 먹었을까.

오늘은 남편씨가 늦는데 어쨌을까.

 

있을땐 툴툴대고 없으면 잘해야지 마음먹는 이런 고얀 딸내미라니.

자식 키워봐야...쩝...

그나마 난 딸이라 이정도지 아들내미들이 엄마의 마음을 뭘 알겠냐!

(박지안 듣고 있나? 응?)

 

여튼 나의 허리부상에 이틀연속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집에 들러주고 칼퇴근으로 지안이 저녁도 먹여준 남편씨와

나의 징징거림을 받아주고 하루종일 지안이에게 시달리다(?) 집에 간 엄마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둘다 이 글을 읽을리가 없다는 것이 함정 ㅋㅋ)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위  (0) 2013.01.24
뭐냐 대체 이 감정은...  (0) 2013.01.15
엄마, 엄마!  (0) 2012.11.28
언론노조 활동에 대한 뒤늦은 고백  (4) 2012.11.24
우울증  (0) 2012.10.31
나도 엄마였구나.  (0) 2012.10.10

어제 언론노조 기범선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으레 뭘 물어보는 전화겠거니 하는 마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창립기념식을 한다는걸 알고 있어서 그와 관련된 선전이나 기타등등에 관한 것이라고 추측하며. ㅋㅋ)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우리생일인데 안오나?"

웃음기 가득한 질문에 "내가 거길 왜가"라고 나답게 퉁 받았다. ㅋㅋ

창립기념식이라 전화한건 맞는데 용건은' 함께 만든 사람들 이런 날이라도 얼굴보지 언제 보겠냐'는 것이었다.

"내가 만들긴 뭘 만들어~"라며 요즘 근황을 짧게 나눈 후 전화를 끊었는데 짧은 전화에 걸맞지 않게 여운이 너무 길다.


언론노조.

그저 그만둔 '직장'일 수도 있는 곳이지만 그렇지 않은 '나의 조직'이었던 곳.


여러차례 고백한 적 있는대로 사실 언론노조에 들어갈 때 '노동운동에 헌신하리라'는 큰 뜻은 없었다.

단지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방향을 정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둘러보던 중 기회가 와서 일하게 된 것이다.

(첫번째 직장은 프로메테우스. 인터넷매체에서 놀랍게도 잠시 기자질을...)


그래서일까.

밀려오는 온갖 잡무와 이런 일을 왜 하고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는 단순사무.

그리고 종종 마주치는 '나이어린 여성'을 '미스김' 수준으로 대하는 지부장들.

(단위노조 위원장인데 의식수준 꼬라지 하고는...)

5년을 일했음에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나의 활동방향.

내가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려면 옆사람과 피터지게 싸워야 하는 현실. 혹은 그 꼴을 봐야 하는 짜증.

(아놔- 적과 싸우기도 바쁘다고!)

그리고 끊이지 않는 집회에 대한 피로감.

(집회를 하고 또 하고 파업을 하고 또 해도 어쩐지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은 언론자유와 언론노동자들의 상황. 그 안에서 나는 그저 기계적으로 집회 판을 짜고 섭외하고 연락하고 점검하고 길바닥에서 뛰고 춥고 덥고...)


지금 생각해보면 10년 넘게 일해온 선배들에게 나의 이런 얘기는 정말 코웃음도 안나올법한 고민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시 나에게는 절박했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5년을 더 채워 10년을 활동해도 어쩐지 선배들처럼 되지 않고 그저 나는 잡무담당으로 영원히 남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름만 좋은 '활동가'라는 직함.

조직의 의사결정은 대부분 조합원(그러니까 지부장들)이 하게되고 우리들은 계속 서포터하고 묵묵히 따라가야 하는 것도 내겐 답답함이었다.

이것은 물론 나의 내공이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었겠지만 선배들의 경우도 그닥 나아보이진 않았다.

노동운동을 이끌어간다는 자부심? 느끼질 못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역시 사람.

그런 여러가지 좌절감 속에서 인생의 낙오자가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무렵 나는 특정 1인과 늘 어긋났다.

(이 때가 바로 내가 인생의 희망을 찾지 못하고 우울의 늪에서 헤엄치다 상담을 시작했을 때다.)

다른 고민들도 심각했지만 사람과의 트러블은 계속됐고 도무지 그 상황에서 내가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란 보이지 않았다.

손바닥만한 사무실에서 다른업무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부딪힐 터.

'이런 씨X, 내가 그러지 않아도 성과를 못찾아서 답답한데 니 꼴 보기 싫어서라도 때려친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_-;

(물론 그 당시 우울증 상담과정에서 내가 그만두더라도 반드시 나는 다른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겨서이지만. ㅋㅋ)


그래서 그만두고 나서도 그리운 사람들은 많았지만 도통 그 곳이 '나의 조직' 같지는 않았다.

내가 만든 것도 없고, 그 안에서 내가 자란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통화가 끝난 후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5년.

허투루 지나간 세월이 아닌 것이다.

내가 성과가 있건 없건, 내가 열과 성을 다했건 하지 않았건 내 조직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생각도 당시 분노의 감정들이 다 사라지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

이제 알 수 없는 열등감과 당시의 허탈함은 정리하고 다시 내 활동을 정리해 봐야겠다.

물론 나는 민애청 활동이 더 즐거워서 노조생활을 등한시 한 것이 사실이다. (쿨럭;;;)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나는 좀 더 내가 활동의 주인이 되는 쪽을 선택한 것이지만.

여튼... 성실하지 않았던 5년간의 나의 노조활동가 시절을 이번 기회에 깊이 반성하련다.


동지들이 보고 싶은 밤이다.



덧.

까먹을 뻔 했다.

나이어린 여성이 살아남기 어려운 노동운동 판에서 술, 담배를 못한다는 것은 정말 극복할 수 없는 치명적 단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도무지 사람과 친해질 방법이 없는 거다!!!

아... 나 정말 괴로웠다. ㅋㅋㅋ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뭐냐 대체 이 감정은...  (0) 2013.01.15
엄마, 엄마!  (0) 2012.11.28
언론노조 활동에 대한 뒤늦은 고백  (4) 2012.11.24
우울증  (0) 2012.10.31
나도 엄마였구나.  (0) 2012.10.10
중대한 신상의 변화  (2) 2012.10.05
  1. BlogIcon 희깅 2012.11.25 00:14 신고

    ㅋㅋㅋㅋ 당신이 우울증이었다는 것은 몰랐던 사실이었지.
    글고보니 2007년 프로메테우스 하다가 나도 상담받으러 다녔었다.
    내 일도 너무 많은데, 밑에 있는 수습들 관리하다가 그렇게 된거였지.

    (첫번째 직장은 프로메테우스. 인터넷매체에서 놀랍게도 잠시 기자질을...) => 이 문장을 보니 내가 꼬셨지. 하는 생각이 .. ㅎㅎㅎ

    • BlogIcon 달님  2012.11.26 22:01 신고

      대부분 누가 우울증인걸 모르고 살지. 근데 내가 겪고나니 우울증 증세가 있는 사람인지 느껴져. ㅎㅎ

  2. 갈매나무 2012.11.25 00:26 신고

    ㅎㅎ언니가 한때 기자였다는 사실이 새삼 참.. 신기하네요!
    언론노조에 5년이나 있었다는 것도. (대략 3년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울증은 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병이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감기처럼 옮기도 한다.
물론 감기처럼 자연치유가 가능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렇지 않다.
그건 우울증은 정신질환이고 정신병이란 이상한 낙인 때문에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병을 키우기 때문일게다.

우울증은 사람에 따라 가볍게 혹은 무겁게 나타나는데 공통점은 그걸 알게된 사건이 근본적 원인이 아니란 거다.
결국 내 안에 깊숙히 숨어있는 애써 기억하려하지 않는 기억들이 문제인 거다.
그것들과 용감하게 마주보느냐(뭐 찌질하게 마주하기도 한다 ㅋㅋ) 끝내 숨기느냐가 우울증을 탈출하느냐 마느냐가 되는 것이다.

상담의 성패도 마찬가지.
나를 얼마나 바닥까지 볼 결심이 섰느냐가 중요한 거다.

여튼... 무슨 말이 하고팠냐면...
본인이 우울증인 것 같은 사람도, 주변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가 있는 사람도 상담받길 권한다.

우울증은 생각보다 훨씬 전염성이 강하다.
나의 마음이 상대의 마음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함께 앓게 되는 거니까...
그의 불안과 긴장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지는 거니까.

그런데 웃긴건 이런 얘기를 쓰고 있는 나조차도 상담받던 시절에 선뜻 남편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다.
나를 이상하게 볼 것 같아 두려워서.
지금 생각해보니 쓰잘데기 없는 우려였지만 그당시 모든 자신감을 잃었던 나는... 더욱 말할 수 없었다.

특히나 자기 몸 못돌보는(사실은 안돌보는) 운동권들.
제발 마음 좀 돌보고 살자.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엄마!  (0) 2012.11.28
언론노조 활동에 대한 뒤늦은 고백  (4) 2012.11.24
우울증  (0) 2012.10.31
나도 엄마였구나.  (0) 2012.10.10
중대한 신상의 변화  (2) 2012.10.05
윤민석 음악회와 후원주점  (0) 2012.09.18

예상치 못했던 둘째를 임신한 후 진심으로 깨달은 사실.
'나도 엄마였구나.'

갑작스런 임신에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약간 우울하기도 했으나 마음을 고쳐먹은 뒤 가장 걱정됐던 것은 놀랍게도 '벌이가 적은데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혹은 '내 자아는 어떻게 실현해야 하나'가 아니라 (물론 이 두가지는 매우 걱정스러운 항목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안이를 더 이상 가장 먼저 챙길 수 없는데 어쩌나'였다.

어린이집 보내기 전까지, 그러니까 내가 키우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었기에 (물론 어린이집 가고 학교가면 나도 내 인생 찾으러 갈꺼지만 ㅋㅋ) 1~2년이 나와 지안이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래서 우리부부는 TV도 지안이랑 안보고, 조금 불편해도 꼭 일찍 재우고, 내 끼니는 비록 불어터진 라면으로 때울 지언정 지안이 밥은 생협 식재료로 부족하지 않게 챙겨주고, 남들 안쓰는 천기저귀를 신생아때부터 18개월까지 쓰고 있고, 서울 한복판에 살아 조금 미안한 마음에 가능한 유해한 것은 멀리해주려 노력했다.
그 결과 나는 하루종일 사운드북 뺨치게 책을 읽어야 했지만 지안이는 책을 좋아하는 아가가 되었고, 나는 비록 살이 빠졌지만(아니 이건 좋은거잖아!? ㅋㅋ) 지안이는 살도 통통하게 오르고 키도 크고 잔병치레도 적은 튼튼한 아가가 되었다.
그 뿐이랴.
엄마와의 애착도 적절히 형성되고 (내가 보기엔)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서 심하게 떼를 쓰거나 말썽을 부리거나 하지 않고 말귀를 알아듣게 된 이후에는 아주 조금이나마 설득이 가능하게 됐다.

그런데...
요 며칠 지안이는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둘째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진 소중한 '나의 첫아기'를 변함없이 돌보리라 마음먹었으나, 이 엄마는 워낙 저질체력인지라 하루종일 사부작거리는 아들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전오후 1시간 가량 책 읽어달라거나 빠방이로 놀아달라는 지안이에게 '엄마 코 잘께'라며 방치...
(첫날엔 정말 계속 와서 뭘 요구했는데 이틀째부터 조금씩 받아들여 혼자 노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게 더 안쓰러움...)
그리고 밥반찬(이래봐야 두부나 야채 삶은거지만)은 늘 3가지 챙겨줬는데 드디어 2가지로 축소...

몸이 안따라줘서 어쩔수가 없는 상황인데 이게 되게 미안하더라.
지안이가 아니라 다른사람(음...남편씨? ㅋㅋ)이었다면 "아, 내가 몸이 안좋다고! 좀 알아서 하라고!"하며 당당했을텐데.

그러고 보니 아이를 낳고 나는 정말 많이 철이 들었다.
인내심과 끈기라고는 한점 찾아볼 수 없었지만 지안이 덕분에 느긋하게 기다려 주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고,
내 기분이 먼저 내 몸이 먼저였던 생활방식은 상대를 배려할 수 있게 변했다.
(물론 아직 멀었다 ㅋㅋㅋ)

여튼 요새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지안이에게 나는 하루하루 고마워하고 있다.
"지안아, 엄마가 우리 지안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엄마한테 와 줘서 고마워."
이렇게 말하면 우리 불불여우 아들은 특유의 의기양양 미소를 띄며 씨익 웃는다.
아이구 예쁜 내새끼. ㅋㅋ
둘쨰를 낳으면 나는 좀 더 엄마가 되고 좀 더 사람이 되겠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론노조 활동에 대한 뒤늦은 고백  (4) 2012.11.24
우울증  (0) 2012.10.31
나도 엄마였구나.  (0) 2012.10.10
중대한 신상의 변화  (2) 2012.10.05
윤민석 음악회와 후원주점  (0) 2012.09.18
역시 환자보다 곁에 있는 사람이 더 지친다  (0) 2012.08.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