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 콘서트를 처음 간 건 무려 95년도 였다. 당시  M-net 건물이 지금의 학동역 근처에 있었는데 오후에 있던 콘서트 자리를 맡기 위해 새벽 4시에 줄을 서러 갔다.(12시간 기다렸다는 소리) 그 땐 티켓은 은행에서 샀던가, 뭐 암튼 그랬고 자리는 지정좌석이 아니고(당연하지 전국 각지 은행에서 파는 건데) 무조건 선착순이었다. 표를 샀다고 끝난게 아니라 자리를 위해 새벽에 갔어야 하는 것. 근데 우리 앞에 이미 세 팀이 있었고…;;;

아무튼 이 뮤지션은 나의 학창시절을 함께 한 사람이었고, 20대에도 30대에도 모든 앨범을 열심히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신정환과 유튜브를 한다고 해서 잠시 이별했었지만 우리가 함께 한 세월이 얼만데… 가을 콘서트 티켓팅 성공. 윤종신 공연 안간지 오래 되었는데 소극장 콘서트라서 서둘렀다.

성공한 티케팅이었기에 자리가 좋았다. 다만… 오늘의 관객 중 가장 키도 크고 등도 넓은 것 같은 사람이 내 앞이었다는 슬픈 사실. 다행히 가수와 나는 약간 대각선이었기에 가수를 무사히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혼자 간 공연이어서 관객들을 자세히 둘러볼 수 있었는데, 신기하게 남자 관객 수가 절반쯤 되었던 것 같고(보통 여자가 훨씬 많아…) 더 신기한건 혼자 온 남자 관객이 많았다. (보통 혼자 온 사람은 여자가 더 많아…) 그리고 연령대도 다양해서 나를 기준으로 위아래 열살씩은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신한 플레이 라이브홀 의자 진짜 꼬져… 요새 대학로 소극장도 이 보다는 좋던데. 왜 그 하나로 쭉 붙어있어서 한 사람 움직이면 그 줄 사람 다 몸 흔들리는 그런 의자. 쿠션감 후지고 가로폭도 좁아서 어깨가 다 말리는 기분.

공연곡은 월간 윤종신 중심으로 짜여졌다. 젊은 윤종신의 대표 히트곡은 전혀 부르지 않았고(예를 들면 너의 결혼식, 오래전 그날) 가장 옛날 노래는 annie 였는데 하… 나 이 노래 또 완전 좋아해서 내적 떼창을 했네. “야~ 이 바보야~ 난 널 사랑하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나이 먹는 건 이런거구나 생각이 들었다. 사랑 노래를 실컷 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 인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말하는 노래를 하고 있었다. 공연장에서 노래를 들으며 ‘이별택시’의 슬픈 가사에 ‘으아 너무 슬퍼’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내가 눈물을 주룩 흘렸던 건 ‘기다리지 말아요’였다. 슬프단 생각을 하기도 전에 마음을 건드렸던 노래. 정작 그 노래가 발표된 시절에는 아무 감흥이 없었는데 3년 사이 나도 더 어른이 된 것이겠지.

노래만 하던 가수를 지나 잘 나가던 예능인을 거쳐 다시 노래하는 사람을 돌아온 느낌. 그리고 지금의 노래는 20여년 전의 노래와는 목소리 만큼이나 많이 달라졌다. (텅빈거리에서를 생각해보라)

더이상 내가 좋아했던 과거의 윤종신은 없지만, 그런 과거를 함께 공유하며 지금의 음악을 만드는 윤종신이 있었다. 툭툭 치고 나오는 유머는 여전했고. 그는 음악을 만들며 삶을 살아가고, 나는 나의 자리에서 삶을 살아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사람이 살면서 고민하고 힘든 것 결국 같은 지점인 것 같다. 그의 노래와 생각을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네.

오늘의 뭉클함을 기억하며 나는 또 일상을 살아가야겠지.

자고 일어났더니 긴 꿈을 꾼 기분이다. 분명 어제까지 현실이었는데. 아무튼 남겨보는 여행기.

나는 일상에 시달리면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하다. 그건 요즘 유행하는 MBTI 분류법에 따르면 I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혼자 떠난 여행. 정확히는 출장에 붙여서 좀 더 쉬어보는 여행. 중간중간 일행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사람의 욕구나 상태(특히 어린이)를 고려하지 않고 다닐 수 있다는 건 아주 가벼운 것이었다.

짐이 아주 적어지고(내가 원래 짐이 많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대처해야할 비상 상황 경우의 수도 매우 줄어든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화장실 다녀왔냐는 질문도 하지않고…(이게 은근 스트레스) 메뉴도 그냥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으면 되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면 된다는 게, 기본 욕구를 해결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참으로 많은 걸 간단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닌 삶에 익숙해진 걸 확인한 시간이기도 하다. 편한데 허전한 시간. 이건 짝꿍이랑 먹었으면 좋았을텐데, 여긴 어린이들이 좋아했던 곳이지. 그리고 세번째 밤 잠자리에 들며 생각했다. ‘아, 이제 내 이불로 가고 싶다.’

혼자 떠나고 싶었고, 적당히 잘 다녔고, 집에 돌아왔다.
내가 뭘 하고 다녔나 사진으로 정리해본다.

출발합니다
뭉게뭉게뭉게구름
루시드폴은 못만났지만 폴부엌은 가봄(같은 폴 아님)
산양큰엉곶
책방 소리소문
판포리
이런 창이 있는 제주집에 살고파
진짜 날씨 좋던 금능해변
신난 발
각재기국
멜튀김
춘식이콘
한밤중 달 뜬 중문색달해변(해 아님 주의)
골프공 파는 중문 하나로마트
제주 체험학습 귤나무
깨발랄 스누피
무사레코즈
내가 좋아하는 하도리
소면이 짱인 돌문어볶음
분위기 있는 게하 조식
소심한 책방
스누피가든 스탬프 투어와 기념품
비오는 칠분의 오
진짜 고기 같았던 비건버거 플레이트
바다뷰 카페
추억이 잔뜩인 김녕 바다
전복솥밥
육지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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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족들을 서울에 버리고 두고 제주로 여행 온 이유를 말해보려한다. 제주에서 난생 처음으로 “술을 제법 마신다”는 칭찬(!)을 듣고 맛있는 맥주를 마신, 여행의 둘째날 밤이자 마지막 밤인 지금이야말로 그 얘기를 하기에 적절한 때다.

고기지글지글 얘기를 친구와 하다가 고기먹으러 제주 가잔 말을 친구가 던졌고 나는 진심으로 받았다. 먹는거엔 늘 진심인 사람들이니까.

일상이 힘들어지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안다. 내가 힘들어지고 있는 걸. 여러 시그널이 있을 수 있지만 이번엔 다른 이의 불평 혹은 비판 혹은 부정적 얘기가 점점 견디기 힘들어졌다. 나를 향한 얘기도 아니고, 그게 나를 향한 얘기로 들리는 것도 아니다. 그냥 누군가를(혹은 물건을) 향한 그 어떤 부정적 얘기도 듣기가 힘들어지는 날들이었다.

보통의 나(보통이란 무엇인가... 쓰고 보니 무엇이 보통인지 모르겠다),  평온한 마음의 나였더라면 ‘아 너는 지금 그때 화가 난 것을 표현하고 싶구나’, ‘아 당신은 지금 무척 애쓴 걸 인정받고 싶군요’ 이렇게 알아듣고 그에 맞는 반응을 했을텐데 요즈음의 나는 그냥 듣기가 싫고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복잡해지고 책임이 무거워지는 조직에서의 역할, 학년이 올라갈 수록 신경써야하는 것이 많아지는 엄마로서의 역할 모두 양은 많아지는데 완벽하고 싶고 최선을 다하고 싶은 나는 달라지지 않고... 나는 내 자아실현도 해야하는데 내 체력은 점점 떨어지고... 체력마저 모든게 나의 욕심인데 안내려놔진다. 뭐... 이번생은 글렀어.

제주에 내가 뭘 원해서 왔는지 곰곰히 생각했다. 그냥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인가, 나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인가, 자연에 있고 싶었던 것인가... 이틀째 생각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잘 모르겠다.

하지만 뭘 정말 좋아하는지 정확히 확인했는데 조용한 바닷가에서 캠핑의자에 앉아 책을 실컷 읽고 싶다. 다음엔 제주에 꼭 캠핑의자를 들고와야지. 차 없이 와서 바닷가에서 캔맥주 먹어야지. 소심한책방에서 책 더 많이 사야지.

내 비록 서울에 두고 왔지만 여행 다녀오라고 해준 가족들 고마워. 잘 놀고 오라고 공항철도역까지 데려다준 동거인 고마워, ‘잘 있어?’라고 물어봐주고 ‘엄마 잘 있어~’라고 말해준 우리 귀여운 딸 고마워, 엄마 대신 꼼꼼히 달팽이 돌봐주고 뭐했는지 자세히 말해준 우리 아들 고마워. 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이 자라서 갈게. 너희들도 모두 한뼘씩 자라있길.🙂

그리고 무계획으로 온 나를 이끌어주고 지나치게 많이 먹이고(이틀 내내 하루종일 배부름...) 까다로운 나를 견뎌준 내 친구 고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봉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였다.
그런데… 개봉 일주일 전, 이 영화 시나리오 쓴 사람이 나의 지인이라는 것을… 그녀의 전화를 받고 알게됐다.
알고보니 나에게 밑도 끝도 없이 전화해서 질문했던 것들… 문자 보내서 물어본 것들… 이 이 영화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마치 흩어진 퍼즐을 맞추듯 떠오른 기억들.
신문사 윤전기에 대해, 언론사 사무실 담배에 대해, 프레스센터에 대해, 기자 대화에 대해… (아는거 1도 없는 나에게 ㅋㅋㅋ)
그러고 보니 심지어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에게 7~80년대 기타반주로 화려하게(?) 시작하는 노래 추천도 받았다.

아무튼.
봤다.


80년 5월의 광주를 모르지 않지만, 영화가 어떤 내용으로 흘러갈지 큰 방향은 짐작은 했지만.

그래도 참 많이 울었다.
그리고 운동권 언저리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떠올렸을 질문. 
'내가 광주에 살았더라면 나는 그들처럼 싸울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과 마주치자, 2006년 5월 평택 대추리의 어느 날이 기억났다.
행정대집행이 시작되어 대추분교가 무너지고 연행자가 발생했다.
항의하기 위해 대추리로 가는 길 자체가 험난했다.
평택역에 내려 버스를 탔지만 버스는 중간까지 밖에 가지 않았고 나와 일행은 택시를 탔다.
대추리로 가는 길은 모두 막혀있었다.
집입 할 수 있는 통로가 수시로 변경됐고, 그 때마다 문자메세지가 전달됐다.
몇 번이나 택시의 진행방향을 틀고서야 대추리 먼 발치에 도착했고 골목과 논두렁을 굽이굽이 걷고 또 걸어서(혹은 뛰어서) 마을에 도착할 수있었다.

해질무렵에야 마을에 들어섰는데 짧막한 집회가 끝나자 해가 지기 시작했고, 병력은 기다렸다는 듯 마을 골목으로 진입했다.
우리는 삼삼오오 민가로 숨어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어느 집 담벼락에 십여명의 사람들과 숨었다.
깜깜한 밤 저벅저벅 전경들의 군화발 소리는 소름끼쳤고 담벼락 너머로 줄지어 지나가던 둥글고 반짝거리는 헬멧은 정말 무서웠다.
나는 그 날 절대 잡히면 안되는 신분의 당시 남자친구를 내보내기 위해 잡히면 안되는 무리들(공무원, 군 복무 중인 사람들)과 함께 기자들에 묻어서 빠져 나왔다. 
(현재 남편을 비롯해 함께 그곳에 갇혔던 사람들은 새벽무렵까지 숨어있다가 택시를 타고 나왔다고한다.)
그 때의 마음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 무서운 상황에서 벗어나서 정말 다행이다… 나는 지금 동지들을 두고 비겁하게 도망가고 있다…'

최루탄과 화염병 세대가 아니었던 나에게 집회는 무서운 일이 아니었다.
도심집회는 늘 열린 공간에서 이뤄졌고 때때로 경찰들과의 충돌이 있었지만 몸으로 미는 몸싸움이고 방패로 찍는 놈들이 있었지만 거긴 서울 한복판이고 기자들이 있었다.
(물론 내가 제일 앞줄이 아니어서 무섭지 않았기도 했겠지)
그런데 대추리에서의 그 기억은 잘 잊혀지지가 않는다.
무서웠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이미 투쟁하는 삶을 접은 지금 나에게 앞선 저 질문은 전혀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며 그 질문은 다시 한번 내 앞에 나타났고, 나는 여전히 용기가 없다.
그래서 80년 광주를 보며 내내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그리고… 당시 계엄군으로 복무했던 이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사람을 미친듯이 때리고 총을 쏘던 그들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지가 궁금하다.

이런 저런 마음과 생각이 뒤섞여 떠오르면서 마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영화 본 뒤 하려고 했던 것들은 하지 못했고 그 마음을 털기 위해 좀 걸었다.
그런데 마음이 아직 안털렸나보다.
역시 정돈되지 않는 영화 후기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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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한 시각이지만 도저히 후기를 남기지 않을 수 없어 맥북을 열었다.
아시테지축제는 매년 여름과 겨울에 하는 국내 최대 아동청소년공연예술 축제다.
쉽게 말하면 국내외 가족극(아동극)중 좋은 작품들을 몰아서 하는 거다.

아무튼 올해는 극단 '이야기꾼의책공연'이 하는 <별별왕>과 극단 '하땅세'의 <오버코트>를 봤다.


무대연출이나 연기 스토리의 탄탄함에서는 <별별왕>이 전혀 뒤지지 않았지만 추천연령 5세 이상은 괜히 붙은 것이 아니었다.
꽤나 집중해야 따라갈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 존재해서 라은이에겐 조금 어려웠다.
그래서 라은이는 '무섭다'고 아주 간략히 공연평을 남겼다.
심지어 마지막에 박수칠 때가 제일 재밌었다고.
(공연이 끝나서 즐거웠던 것....)
나는 개인적으로 북으로 기본 리듬을 깔고 국악풍의 음악이 좋았다.
현장 효과음 아주 흥미로웠다.
그게 이 극단의 특징이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오버코트>를 봤는데 추천연령 3세 이상.
라은이도 지안이도 보는 내내 깔깔거리면서 봤다.
그런데 나도 즐거웠다.
내가 좋아하는 아코디언 할아버지(그렇지만 이 공연에선 아코디언을 연주하지 않으심)가 나왔고, 노래를 곁들인 극 이어서 신났다.
(이쯤에서 다시금 '뮤지컬'이라며 립씽크를 시전한 짜증나는 구름빵이 생각난다. 아오...)
핀마이크 없이 쌩 목소리로 대사하고 노래하는 공연... 아 좋다.
게다가 프로젝터를 이용해 실제 소품과 배우와 프로젝터가 보여주는 화면으로 연출한 부분에서 아이들은 신기해서 어쩔줄 몰랐다.
나는 그들의 창의력에 어쩔줄 모르고.
적절한 배경음, 연주, 대사가 많이 않고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아 어린 연령대도 즐길 수 있는 내용, 신기술(프로젝터) 접목까지.
라은이도 이 공연엔 "재밌었어!!!"라고 후한 평을 남겼다.

올해도 여전히 즐거웠던 아시테지.
그리고 즐거웠던 하땅세.
오버코트는 애들이랑 또 보고 싶은 작품이다.

* 새로 개관한 아이들극장은 객석배열부터 화장실까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어서 좋았다. 음향/조명시설도 좋더라.
* 처음 가본 드림아트센터도 비교적 새시설이어서 좋았다. 그러나 여전히 어린이용 방석은 아이들에게 불편하다. 포토존이 없는 좁은 로비도 아쉽다.
* 공연 연출, 시설 이런거 신경 안쓰고 제발 공연만 즐기다 왔으면... ㅜㅜ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를 집에서 흥얼거리는데 가사가 심상치 않다.

​개나리꽃 들여다보면 눈이 부시네
노란 빛이 햇볕처럼 눈이 부시네

잔등이 후꾼후꾼, 땀이 배인다
아가 아가 내려라, 꽃 따 주께

아빠가 가실 적엔 눈이 왔는데
보국대, 보국대, 언제 마치나

오늘은 오시는가 기다리면서
정거장 울타리의 꽃만 꺾었다


아... 이렇게 슬픈 노래라니.
보국대는 분명 일제시대 강제징용...
이걸 애들한테 설명하자니 참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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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지만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쓰지 않고는 잘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바그다드 카페란 영화를 처음 본게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이 영화는 87년에 나온 영화지만 내가 처음 본 건 중고등학교 시절 즈음으로 기억한다.

한밤중에 혼자 거실에서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주말의 명화로 보게됐다.

(주말의 명화가 아니라 명화극장이었을지도;;;)


아무튼 채널을 돌리다 발견한 장면은 야스민이 사막 한가운데 무거운 트렁크를 혼자 끌고 걸어오는 장면이었다.

우연히 발견한 이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에 빠져들었다.

아마도 더빙이었을 이 영화가 너무도 좋았던건 음악때문이다.

이상하리만큼 나른한 음악과 영화전반의 나른함이 좋았다.


올 봄, 이 영화를 처음 만난지 20년 가까이 지나서... 재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달 검색했다.

개봉일을 알기 위해.

7월을 놓치지 않았고 결국 토요일 밤 11시반에 혼자 관람.

영화관에 앉아 영화를 기다리는데 왜이리 설레던지.


20년 만에 다시 만난 '바그다드 카페'는 새로웠다.

20년이란 시간에 많은 기억들이 상당수 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두 여자가 사막에서 만나 처음 냉랭하다가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설정 말고는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른 영화에서는 좀처럼 쓰지 않는 희한한 카메라 앵글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20년 전엔 그런게 눈에 들어올리 없지)

여기서 이 장면은 왜 있지? 여기서 왜 이렇게 정면을 잡았지?

내가 무슨 영화를 봤었는지 모를만큼 참 새로웠다.

그런데 그게 싫지 않았다.


보는 내내 마법같았던 영화.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렇게 마음 가득 좋았던 게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디렉터스컷과 오리지널이 얼마나 다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좋다.

아... 좋다.

나도 야스민의 매력과 마법에 빠져든 것 처럼 참 좋다.


그리고 이건 내가 어른이 되어서인지, 마음을 읽는 연습을 한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브랜다의 행동들이 왜 그러는지 보여서...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싶었다.

내가 30대가 되어 만난 바그다드 카페의 그녀들은 10대에 만났던 그녀들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고, 인간미 넘치고, 사랑스럽다.

역시 인생은 30대는 되어봐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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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처음으로 내 돈 주고 산' 카세트테잎은 015B 4집이었다.

당시에는 휴대용 플레이어가 없어서 엄마가 사준 AIWA 라디오 겸용 플레이어로 테잎을 들었던 것 같다.

(그 즈음에 휴대용 플레이어가 생기긴 했는데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게 아마도 중 2.



중학교 1학년 때 우리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살게됐고 나는 엄마랑 언니랑 삼성동으로 이사를 가게됐다.

지금 생각해도 삼성동에서 구반포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는데도 우리 엄마는 나를 전학시키지 않았고(지금 생각해보면 달라진 가정환경에 전학까지 가면 내가 적응하기 힘들까봐 그런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 이건 잘못된 선택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버스를 타고 혼자 학교를 다니게 됐다.


학교 정문 앞에 살다가 30~40분 거리를 버스타고 통학하는 것은 너무도 적응이 안되는 일이었다.(그나마 당시엔 차가 막히는 일은 적었으니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힘들었던 나는 특별히 더 놀았던 것도 아닌데 성적이 뚝 떨어졌다.

성적이 떨어진 것은 전혀 슬프지 않았지만 달라진 내 처지는 힘들어 매일매일 펑펑 울었던 것 같은 그 시절.

뭐든 다 자신없고 소극적이게 했던... 그래서 밖으로는 더 아무렇지도 않은듯 살았던 시절.


그 시기에 정말 많이 들었던 015B 4집.

같이 샀던 앨범이 아마도 신승훈 3집이었을텐데, 그리고 가요톱텐 차트는 늘 신승훈이 휩쓸었을텐데 평생 남는 음악은 공일오비.

그런거 보면 유행이란게 무색하기도 하다.


이 앨범은 '신인류의 사랑'으로 공전의 히트를 친 앨범이다.

당시에는 없었던 직설적인 가사로 엄청 인기가 있었고 얼굴없는 가수니 어쩌니 하는 말도 나왔던 것 같다.

아직도 015B 하면 이 노래가 거론되고 이 노래만 부르고 반짝 사라진 가수인 줄 아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어디선가 나의 노랠 듣고 있을 너에게'.

그야말로 전형적인 015B식 발라드.

(신인류의 사랑은 너무 가벼워서 이 앨범 중 가장 안좋아하는 노래였다. -_-;;)

이때부터 나의 이장우 앓이는 시작되고... ㅋㅋ


그리고 이 앨범에 수록된 '第四府'라는 노래는 권력을 가진 3부(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넘어 언론이 4부라며 사회를 비판하는 노래로 93년에 나온 노래인데... 어찌된게 20년이 지난 2014년에도 상황이 딱 맞다.

세상 참 안변한다.

(역사가 발전하고 있는게 맞냐? 진짜?)


암튼 그 옆은 015B 5집.

6집은 CD로 사서 테잎은 5집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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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꽃  (0) 2017.01.07

꼭 뭘 경험해봐야 그것에 대한 지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험은 중요하다.
특히 육아와 생활 등 아주 일상적인 것일 수록 더욱.

아이를 낳아 키워보니 눈으로만 보고 '힘들겠어요'하고 말하는 것과 내가 당해보고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그저 꼬물거리는 생명체를 온전한 '인간'으로 만들어 내는 일엔 부모의 무한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것이 내가 직접 기르는 것이든 기르기 위한 돈을 버는 것이든.
그래서 난 아이를 키워보지 않고 말하는 육아, 교육정책은 믿을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들이 결혼해서 서울시내에 집을 구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특히 '내집장만'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이 나올리가 없다.

그 뿐이랴.
주머니에 만원짜리 몇장 찔러넣고 장보러 가본 일이 한번도 없는 사람이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는 말도 전혀 와닿지 않는다.
빚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서민들의 부채를 해결할리도 없으며, 돈 때문에 병원에 못가본 일 없는 사람이 무상의료가 왜 중요한지 알 턱이 없다.

미혼남녀들에겐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결혼하지 않아 평범한 가정을 꾸려본 적도 없고, 그에 따라 집에서 생기는 보이지 않는 남녀불평등이 뭔지도 모르며, 자식이 없으니 사람 만드는게 얼마나 힘든일인지 겪어보지도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에 나는 반대한다.

물론, 박근혜를 반대하는 이유는 오늘 밤을 새도 모자라지만...
생활고가 뭔지, 살면서 느끼는 희노애락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겠나.
같이 사는 남자가 어제는 갖다 버리고 싶을 만큼 얄밉다가도 오늘은 너무 예뻐죽겠는(그러다가 내일은 정말 죽이고 싶을지도 -_-) 평범한 기혼여성들의 마음을 어찌 알겠느냔 말이다.
그게 아니면 미혼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불편함이나 외로움이라도 겪어봤던가...-_-

여성대통령같은 소리 한다.
여성으로서의 억울함을 당해 볼 경험도 없었던 주제에.
(가장 쉽게 밤에 택시 타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도 모르면서!!!!!)

삶을 살아봐야 사람 구실을 한다.
사람구실도 못하는데 대통령 구실을 할리가 없잖은가.

 

근데... 생각해보니 지난 5년간 우린 안해본 것 없는 대통령 때문에 피곤했구나...

역시 사람은 적당히 해봐야 하는 것인가. -_-;;



* 2012/7/27 KU시네마테크 (+무니)


다들 알다시피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용산참사에 대해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주 자세한 것 까지는 아니지만...


근데 영화를 보고 가장 놀란 사실은...

내가 남일당 건물 옥상 망루가 불에 타던 장면을 그리 자세히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나는 사람이 6명이 죽던 그 장면을 나도 모르게 외면했었나보다.

분명 봤다고 생각했는데... 영화에서 무미건조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던 그 화면들니 너무 낯설었다.

아니면... 정확히는 큰 화면으로 집중해서 보니 당시 사건의 아픔이 그제서야 제대로 느껴졌달까.



많은 이들이 그러했겠지만 영화상영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분명 100% 팩트인 영상을 그저 붙여 보여줄 뿐인데 그게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그것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 자체가 불편했다.


영화는 시간순으로 경찰일지와 진술을 바탕으로 흘러간다.

'경찰의 시각으로 바라본 용산참사'라는 설명도 있던데 그건 정확한 표현은 아닌 것 같고...

보다보면 경찰특공대 일반대원에게 가장 감정이입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의 진술서 가장 마지막 문장은 '농성자도 우리 대원들고 모두 사랑하는 국민들입니다'

이 대목에서 눈물이 툭.


사람이 사람을 제압하기 위해 나섰다가 사람들이 죽은 사건.

평범한 우리들은 누굴 위해 일하고 살아가는지...

정신을 잘 잡고 살아야지.



-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는데 나 역시 궁금하던건...

잠적한 크레인 기사는 어디갔을까? 그리고 남일당 건물 진입시 특공대원들이 쓰고 달려가던 합판은 대체 무슨 재질이며 어디서 준비한 걸까? 그 허접한 걸 애들 보호한답시고 준거냐? 나라에서?


- 원래 이 영화는 무니, 쎈과 만나기로 약속한 날 쎈이 보자고 해서 보게 된 것. 그러나 결국 쎈은 고속도로위에 있었고 무니랑 나랑 봤다. 역시 뭔가 허술한 김쎈.


- 아래 노래는 루시드 폴의 '평범한 사람'

앨범 나왔을때 지하철에서 노래를 듣는데 마치 망루에 올라간 사람들 얘기 같아서 눈물이 핑 돌았었는데... 알고보니 정말 루시드 폴이 용산참사 얘기로 노래를 만들었다고. 정말이지 사랑하오 폴님.


오르고 또 올라가면
모두들 얘기하는 것처럼
정말 행복한 세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나는 갈 곳이 없었네
그래서 오르고 또 올랐네
어둠을 죽이던 불빛
자꾸만 나를 오르게 했네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알다시피 나는 참 평범한 사람
조금만 더 살고 싶어 올라갔던 길
이제 나의 이름은 사라지지만
난 어차피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으니
울고 있는 내 친구여
아직까지도 슬퍼하진 말아주게
어차피 우리는 사라진다
나는 너무나 평범한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너무나 평범하게 죽어간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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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드라마 시크릿 가든 주원 라임의 테마 도서세트(전6권)"이라는 제목을 달고 불티나게 팔렸을 것 같은(내 생각이니까 ㅋㅋ) 시리즈 중 내가 읽은 첫번째 책이다.
매일 오후 4시~6시에 책을 읽기로 마음먹은 후 읽은 첫 책이며, 한시간 반만에 후딱 읽어버린 책이다.

물론 새로운 내용은 없다.
다들 한번쯤 봤을 법한 만화영화와 같은 내용.
허나 책으로 읽은 건 처음이라 느낌이 새롭다.

아쉬운 것은, 말장난 개그(?)가 참 많다.
(1865년에 영국에서 첫 출간된 책이라는데 말장난 개그라니 말장난은 정말 시대가 따로 없나보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원작으로 읽어보며 그 재미를 느낄 수 있을텐데...
물론 번역본에도 말장난으로 표현은 되어 있다.
그냥 한번 읽어넘기는 책이었다면 요즘 대세(!)인 루시드폴의 스위스개그로 번역했을텐데 ㅋㅋ
"이렇게 칭찬해주시니 전라남도 영광입니다" ㅋㅋㅋㅋ

어렸을때 만화로 보면서도 참 묘한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책으로 읽어도 역시 그렇다.
어른사회를 비꼬고 풍자하는 내용은 아무래도 어린이를 위해 쓴건 아닌듯한 느낌.
(왜 어린이 동화인거야???)

책 끝자락에 옮긴이의 말을 보면 당시 사회를 잘 풍자했다고 하는데, 궁금한 '당시 사회'를 풍자한 이 책이 어쩌다가 200년 가까이 읽히는 책이 되었을까?
흠흠...
아무래도 영문학을 공부해봐야 하는것인가 -_-;;;

이상한나라의앨리스
카테고리 아동 > 초등5~6학년 > 어린이동화 > 명작동화
지은이 루이스 캐럴 (비룡소,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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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이 책을 대체 얼마동안 읽은 건가...
거의 네달에 걸쳐 읽은 것 같다.
그 사이 다른 책을 같이 읽기도 했지만 중간에 공연준비 때문에 거의 읽지 못해서...한두시간이면 뚝딱 읽을 분량인데 너무 오래 걸렸다.
그리고 오래걸리다보니 나중엔 좀 지루해지는 면이;;;;

공지영의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을 읽고 너무 깊게 공감한지라(즐거운 나의 집은 공지영의 실제 삶에 기반한 소설) 그녀가 딸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도 읽었다.
아직 엄마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님 20대의 딸 시절을 이미 지나쳐서 그런지 아주 깊은 공감은 없었다.
물론 친구처럼 지내는 모녀사이는 여자들의 행복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아, 딸을 낳아야 하는데...)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작가의 친구가 한 말을 딸에게 소개하는건데 그 말이...
인생의 길을 올바로 가고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이 세가지를 질문하면 된다는 거야. 네가 원하는 길인가? 남들도 그게 너의 길이라고 하나? 마지막으로 운명도 그것이 당신의 길이라고 하는가?

와우.
평생 저 세가지 질문에 하나라도 '명쾌하게' 맞다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나이 서른즈름에서야 첫번째 질문에서 방황하고 있는데...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책을 다 읽고나니 나는 어떤 엄마가 될까 궁금하다.
그리고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지도 생각해야겠다.
근데...그게 맘대로 되겠나 ㅋㅋㅋ

네가어떤삶을살든나는너를응원할것이다공지영산문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공지영 (오픈하우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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